웨하스 의자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바삭하고 두툼한 것이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앉어만 놓아도 눅눅해질 듯 허망한 것이다.
잘못 입에 넣으면 입천장에 들러붙어 버리는.
사이에 크림이 살짝 묻어있지만, 그것은 크림이라기보다 설탕을 녹여 만든 풀처럼 엷다.
얇고, 애매한 맛이 났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이 일은 이제 잊자고 마음먹고, 그리고 나는 실제로 잊어버린다. 깨끗하게.
달리 방법이 없다.
안슬퍼, 하고 나는 대답한다. 옛날에, 아빠가 가르쳐주었던 것 처럼.
"죽는 건 슬픈 일이 아니야."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거의 울음을 떠뜨릴 것 같다.
애인은 죽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죽지마, 라고.
"이런 바보."
애인은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내 머리를 끌어안고, 내 볼에 소리내어 키스를 해준다.
그러나 그건 내가 바란 대답이 아니었다.
나는 애인에게, 걱정할 거 없어, 란 대답을 듣고 싶었다.
영원히 죽지 않을 테니까, 란 대답을. 하지만 물론 애인은 그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나는 일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애인없이도 혼자 잘하고 있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내게 인생이란 운동장 같은 것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고, 물론 어딘가에 있을테지만, 있어도 별 의미가 없다.
무질서하고, 전진도 후퇴도 없다. 모두들 그곳에서, 그저 운동을 할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밤,나는 내가 애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기다리고 있지 않다고 착각하기 위해서 혼자 외출한다.
나의 인생은 때로는 어린애의 그것처럼, 때로는 노인의 그것처럼 보인다.
절대 서른여덟살 여자의 그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는 갇혀있다고 느낀다. 애인의 마음속에 또는 어린애인 내 머리속에.
나는 지금 막, 애인을 의심한 자신에게 놀라 흔들리고 있다.
완벽하게 믿지 않으면, 사랑에 의미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공포를 느낀다. 완벽하게 믿는것, 그것만이 유일한 무기였다. 유일한, 그리고 무적의.
"보고 싶었어"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보고 싶었다는 느낌이 든 것은, 방금 전이다.
그때까지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선의 일을 하고 싶다고.
그것은 내게 남은 단 하나처럼 여겨진다.
단 하나의,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한. 나는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
그리고, 하지만 이대로 죽어도 상관은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나의 애인은 내가 아름답다고 한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더 이상 1밀리미터도 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도 완벽하니까,라고. 속눈썹 숫자 하나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언제까지 그 사람을, 그런식으로 착각하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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