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문득 에드문드 아저씨가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의 작은 새가 내게 뭔가를 일러 주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저씨에 대해 하던 말들이었다.

아저씨는 아내와 다섯 자녀들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

홀로 사는 데다가 걸음도 아주 느렸다.

아저씨가 천천히 걷는 게 혹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닐까?

아저씨의 자녀들은 아저씨를 만나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글로리아 누나는 많이 울었는지 눈이 발개져 있었다.

그래도 울었던 티를 감추며 또또까 형과 내게 말했다.

"아이들은 자야 할 시간이야."

그러고는 우리를 바라 보았다.

하지만 누나는 그 순간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어른이었다. 그것도 아주 슬픈 어른.

슬픔을 조각조각 맛보아야 하는 어른들뿐이었다.

어쩌면 이 모든 슬픔은 라이트 전기회사가 전기를 끊은 뒤

전깃불 대신 켜놓은 꺼져 가는 등불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극장 스크린처럼 큰 아빠의 눈동자가 나를 쫓아다니며 쳐다보았다.

눈을 감아도 그 큰 눈이 보였다.

걸을 때마다 아빠의 눈을 밟아 아빠를 아프게 하는 것 같았다.

 

 

 

 

 

 

예 죽일꺼예요.

이미 시작했어요

벅 존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에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는 죽어요

 

 

 

 

 

 

 

"당신 꿈 속에 내가 없단 말이에요?"

그는 흡족해서 웃었어.

"뽀르뚜가, 당신은 내가 꾸는 모든 꿈에 나온단 말이에요.

톰 믹스나 프레드 톰슨하고 초록빛 평원을 달릴 땐

당신이 지치지 않도록 역마차를 빌린 적도 있어요.

내가 어딜 가든지 당신은 언제나 한께 가요

그런데 가끔 수업 시간에 교실문을 보고 있으면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서 작별 인사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무리 그래도 난 뽀르뚜가를 잊을 수가 없다.

그의 웃음 소리, 특이한 억양.

창 밖의 귀뚜라미까지 쓰윽,쓰윽 그의 면도 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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