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글

소나기 같은 너와


아무런 전조도 없는 듯 했지만

그저 몰랐을 뿐이었지

비를 잔뜩 머금고 바삐 움직이는 구름들과

잠시 숨을 멈추고 있는 바람을

 

아주 갑자기 끝나버린 듯했지만

그저 모른 척하고 싶었을 뿐이었지

점점 희미해지는 구름의 빛깔과

가쁜 숨을 고르는 바람의 소리를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고 잡으려면 잡을 수도 있었어

청춘이 지나가는 것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사랑 몇번이나 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지, 다 지나가도록.

 

소나기 같은 너와

소나기 같은 그 사랑이


소나기 / 황경신





'아무 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5.07.02
무쇠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0) 2015.01.26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0) 2015.01.20
차가운 밤에, 파를 썰다  (0) 2015.01.18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0) 2015.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