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글

무쇠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세상에서 유일한 진실은 내가 가끔 울었다는 사실뿐이다.

 

 

 

혼자서는 비명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비명이라든가 신음소리라는 건 또 하나의 언어였다. 

언어는 그것을 알아듣고 그것을 이해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어루만져 줄 사람이 있을 때 필요한 것이었다.

 

 

 

 

 

절대로, 어차피, 그래도

 

 

 

 

 

이런 말들을 왜 하지 않고 살게 되었을까. 영선도 경혜도....

따지고 보면 경혜가 영선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해도

또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게 아니겠는가.

혜완은 갑자기 아득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세월과 세월 사이의 거리...

경혜가 말하는 시퍼런 가을하늘과 정신병원과의 거리...

흰 카바를 구두 위에 수줍게 신고 다니던 세 소녀들과 아이 엄마들 사이의 거리...

대망의 팔십년대 초에서 구십년대의 거리....

방금 전까지 혜완은 묻고 싶지 않았던가,

경혜야, 넌 행복하니, 하고

 

 

 

 

착한 사람들은 언제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산다는건 언제나 말해야 할 곳에서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말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말을 꺼내는 실수의 반복이었다.

 

 

 

 

 

극복해 냈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면

환영처럼 그 견뎌냄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그 불안정한 시기들을 견뎌야 하리라.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바라보렴. 별거 아니란다. 정말 별거 아니란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수없이 일어난단다.

 

 

 

 

 

네가 빠저 있는 상황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바라보렴... 그러면 너는 알게 된다.

니가 지금 느끼는 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울 일은 더더욱 아니고...

그저 산다는 건 바보 같은 짓거리들의 반복인 줄을 알게 될 거란다.

 자, 이제 울음을 그치고 물러서렴. 그 감정에서 단 한 발자국만, 그 밖을 향해서.

 

 

 

  

 

막상 마주치고 보니 찬바람도 견딜만 했다.

언제나 생각이 훨씬 더 두려운 법이다.

마주치면 오히려 담담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혜완이 슬펐던 건

영원히 혼자 외톨이가 된 채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인생의 어떤 세계로 밀려가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웃고 싶지 않을 때도 웃어야 된다는 걸 자연스레 깨닫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불행하다는 걸 먼저 눈치채는 일은 실례라고 혜완은 믿고 있었다.

적어도 혜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그 상처를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는,

이쪽에서 그들의 상처를 조심스레 느낄 준비가 될 때까지는..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다면 그것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모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면

그녀 자신의 말대로 누구도 자신을 발닦개처럼 밟고 가도록 만들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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