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사람은 모두 미래를 위해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추억은 달리는 기차 창 밖으로 던져진 짐짝처럼 버려진다.
시간은 흐른다. 바로 어제처럼 느껴지던 일들이, 매순간 손이 닿지 않는 먼 옛날의
사건이 되어 희미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시간은 흐른다. 인간은 문득 기억의 원천으로 돌아가고 싶어 눈물 흘린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번잡하다. 마음이라는 부분이 육체의 어디에 붙어 잇는지 모르는 탓도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깨나 발목의 아픔과는 달리 어떻게 처리할 갈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나는 가슴에 생체기를 내는 아픔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흘러가는 시간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과거를 잊게해 주리라 기원하면서...
남자라는 동물은 이렇게 허망하다.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안을 수도 있기에,
그것은 반쯤은 동정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메미를 모욕하는 일이기도 하였다.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
아가타 쥰세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 눈동자도, 그 목소리도
불현듯 고독의 그림자가 어리는 그 웃음진 얼굴도
만약 어딘가에서 쥰세이가 죽는다면, 나는 아마 알 수 있으리라
아무리 먼 곳이라도. 두번 다시 만나는 일이 없어도
-
아오이는 한때, 시를 쓰기도 했다. 헤어질 즈음에는 그만 두었지만,
수첩이나 교과서 한 구석에 낙서 대신 지워질 듯 희미한 글자의 짧은 시가 적혀 있곤 했다.
가벼운 시들 뿐이었지만 인상적인 구절이 많아서 그것을 수첩에 베껴서 보존해 두기도 했다.
석영이 운다. 달가락 달가락
겨울 밀라노의 골목에서
나는 찾아냈다.
어떤 신호 하나를
소년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살아도 좋잖아, 라는 위로의 말
그런 시들은 내 지갑 속에 들어 있다.
혼자 있을 때면 그걸 바라본다.
떠나지 않겠노라던
당신은 지금 여기없네
영원히, 이를 수 없네
언제나, 지나쳐 버리는
여기에, 나는
살아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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